기억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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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26일 제가 살았던 마을의 뒷산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고,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싶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살아가기 보다는 죽음을 먼저 생각했고, 살아있는 것이 고통이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글도 쓰고 이것저것 하며 보냈습니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우울감이 깊어갔습니다.

이렇다 죽겠다.

날카로운 생각이 저의 뇌리를 스쳤습니다.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면서 ‘이러다 정말 죽겠다’는 생각에 움찔한 이유는 아마도 살고 싶었기 때문일 겁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살고 싶어서가 맞을 것입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지만 행복하게 살 수 없는 불운한 삶. 그것을 타파하고자 살 수 있는 방법을 몰라 그냥 죽음을 선택하려 한 것은 아닐까요. 그 생각에 움찔 놀라 곧바로 일어나 뒷간을 올라갔습니다. 100m 정도의 작은 동산이지만 운동하기를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그렇게 뒷산 오르기는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을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아 있습니다.

저도 저의 사진첩에서 꺼내지 않으면 어떤 사진인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어느 때인지, 어느 장소인지, 무엇 때문에 갔는지도 모를 겁니다. 하지만 날짜가 적혀진 폴더를 클릭해 열어보면, 시간과 장소를 기억합니다. 우울했던 감정과 산에 오르며 불어왔던 많이 차가웠던 바람도 아스라히 기억이 납니다.

기억은 맥락이고, 기억은 존재론적 경험입니다. 오늘도 그 맥락적 기억을 가지고 담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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