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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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처음부터 계획하고 길을 만들고 계획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어떤 길은 작정하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길은 의도치 않게 만들어진다. 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정말 단순하다.

한 사람이 걷는다. 그때는 길이 아니다. 또 한 사람이 걷는다. 아직도 길이 아니다. 이전에 갔던 사람이 또 그곳을 걷는다. 다른 사람이 또 걷는다. 드디어 길이 된다.

처음 그 곳을 걷는 사람은 스스로 풀도 치우고, 나뭇가지도 잘라 낸다. 다음 사람은 큰 돌을 옆으로 굴러 낸다. 이러기를 수십 번 수백 번을 한다. 그럼 길이 된다. 사람이 다니는 곳에 있던 풀들은 사람들의 발에 의해 눌려져 자라지 못한다. 말라 죽거나 겨우 숨만 쉬고 있다. 사람이 자주 다니면 다른 생물은 자랄 수가 없다.

이런 길을 오솔길이라고 말한다.

길은 닳고 닳아 만들어 진다.

대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길이란 결국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 원하는 목적지가 있고, 그곳으로 가는 최적의 길을 찾다 보면 길이 된다. 길이 되려면 최소한 수백 번 수천 번의 반복된 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 결국 길이 되니까. 사실 언제 길이 되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길이 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처음부터 계획된 도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어떤 목적성을 띠고 그 계획대로 설계도를 만들고, 설계도를 따라 길을 만드니까. 본질은 동일하다.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순서가 조금 다를 뿐이지.

이 블로그를 만들기 전까지 나는 길에 대해 잘 몰랐다. 특히 국도니 지방도니 하는 이해할 수는 구분도 맘에 들지 않았다. 나라에서 만들면 다 국도지 왜 다르게 표기가 되는지? 난 그동안 사람의 개인 땅의 길이 아닌 이상 모든 길은 국가의 땅이며, 국가의 소유이며, 국가가 만든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는 아닌 곳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길이 닿지 않는 곳도 있는데 그곳을 ‘맹지’라고 불렀다.

맹지, 그랬다. 실제로는 땅의 많은 곳이 맹지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지만 이상하게 맹지는 복잡한 문제들을 일으킨다. 아무리 좋은 땅도 맹지에 있으면 헐값이 된다. 최근 경매로 나온 시골집들을 자주 찾아보는데, 의외로 맹지가 많다. 낙찰 받은 사람이 맹지의 집으로 들어가는 길을 내기 위해 입구의 땅을 사면 주변 시세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길은 목적성이자 습관, 그리고 관행이 숨어 있다. 길이 된다는 것은 이전의 수많은 사건들의 중첩과 경험이 퇴적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그 길은 유지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른 필요, 다른 어떤 요소가 작용하면 그 길은 사람이 다니지 않게 되고, 식물들이 공백을 채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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