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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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듣기만 해도 설레고, 말하면 더욱 감미로운 단어입니다.

봄을 기다렸습니다. 봄이 된다면 좋아질거야. 봄이 되면 더 이상 아프지 않을거야. 봄은 행운을 불러오니까.

그렇게 기다린 봄.

밖은 꽃 천지고, 죽어 있던 나무 가지에서 초록초록 잎을 내지만, 단 한 번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 자리에 머물며, 숨을 허덕이며 하루하루 삶을 연명했습니다.

죽어가는 한 생명을 부여 잡고 24시간을 긴장하며 보내야 했습니다.

봄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여름이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생명은 꺾이고 꽃잎은 떨어졌습니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어찌 그리 처량한지. 여름비는 그렇게 공감능력이 없는가 봅니다.

봄이 오고, 또 봄이 오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갑니다. 내년에도 봄이 오겠죠. 하지만 나에겐 더 이상 봄이 오지 않습니다. 그저 시간의 연속이고, 달력에 3월 4월 5월이 있을 뿐이죠.

봄의 따스함도,

봄의 활력도,

봄의 화사함도,

저는 모릅니다.

다만 ‘봄이 오면’이란 이룰 수 없는 망상에 자로 잡혀 있을 뿐입니다.

지금은 한 여름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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